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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진보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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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미국에서 공부한 신학자가 미국의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기독교인이라면 공화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젊었던 그 시절 나는 기독교인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하고 유학 중이던 시절이니 주변에 보수적인 기독교인을 별로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존경하기도 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신학자의 입에서 기독교인이라면 공화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나는 목회사회학을 전공하는 교수이다. 자주 내 주장에는 기성 교회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판적이라기보다는 비평적이다. 현실과 체제를 분석하고 바라보다보면 비평적이 되고, 때로 그것은 사람들에게 비판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항상 있는 그것을 비평적으로 바라본다. 문제를 파악하고 현실을 비평적으로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기득권을 가졌다고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사회학은 나쁜 것이고, 진보적이고, 파괴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진보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나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신앙적인 면에서 더욱 그렇다. 사회를 보는 눈도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보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때는 답답해한다. 그래서 나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때로 나의 주장이나 글 때문에 시험에 들기도 한다.

 

나는 가끔 이런 오해를 벗어보기 위해 내 이념적 방향을 고백하기도 한다. ‘나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보수적입니다. 다른 설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는 조선일보 정기구독자이고, 더불어 국민일보 정기구독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 웃으면서 나의 위치를 가늠하게 된다.

 

얼마 전 예장통합 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한국교회의 성향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52.7%가 한국교회는 보수적이라고 대답했다. 중립적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25.7%였고, 진보적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19.7% 밖에 안 되었다. 예장통합은 그래도 한국교회의 지형도에서 보면 보수적이라고 할 수 없는 교단이다. 그런데 이들의 눈에도 절반 이상이 한국교회는 보수적이라고 파악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일까, 진보적일까? 나는 기독교는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언자들의 신랄한 사회비판이나 기득권에 대한 비판을 보면 기독교는 확실히 진보적이다. 구약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약자보호법의 모양을 보아도 기독교는 확실히 진보적이다. 예수님은 철저히 진보적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성전의 질서를 채찍을 들어 엎어 버렸다. 바리새인과 같은 기득권자들에게 ‘독사의 자식’이라고 상당히 진보적인 욕을 날리시기도 했다. 더군다나 사회적 타부였던 창녀와 세리들과 어울려 밥을 먹기도 하고, 우물가에서 바람기 있는 여인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기독교가 진보적이라고 하는 것의 하이라이트는 바울이다. 그는 모든 신분체계를 무너뜨렸다. 빌레몬서에 이르러서는 도망친 종을 형제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것이 무어 그리 진보적인가 의문이 들지 모르지만 그의 이런 권유에도 불구하고 정말 노예해방이 이루어진 것은 그로부터 약 1800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것도 기독교 국가에서 말이다. 즉 그의 진보적인 주장이 이 현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1800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그는 1800년의 진보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과 바울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상대적 평가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기독교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정확하게 말하면 기독교는 근본적(Radical)이다. 모든 인간은 그 창조에서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근본적인 척도로 가지고 모든 일을 바라볼 때 기독교는 근본적이다. 그 근본에 바탕된 생각과 행동이 진보적이라면 기독교는 진보적이라고 불릴 수 있겠지만 명확히 말하면 ‘근본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도 근본적이라고 하고 싶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근본적이다. 그리고 이것이 기독교인의 입장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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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성돈

huios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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